'조건만남 가장 미성년자 강도'가 어제 본 그 아이들?...37년차 경찰의 놀라운 기억력

时间:2024-03-29 14:57:54출처:pci express 슬롯 호환작성자:지식

'조건만남 가장 미성년자 강도'가 어제 본 그 아이들?...37년차 경찰의 놀라운 기억력

[베테랑]서종선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장(경감)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종선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장(경감) /사진=김지성 기자

"허름한 모텔 입구에서 방까지 핏자국이 이어졌어요. 아침 7시도 안 된 시간이었죠."

지난달 22일 오전 7시쯤 서울 강동구 한 모텔에서 흉기 강도 행각을 벌인 일당이 도주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피해자는 미성년자와 조건만남을 하려던 20대 남성. 이 남성은 조건만남을 미끼로 금품을 빼앗으려던 일당과 다투다 일당이 휘두른 흉기에 상처를 입었다.

사건이 발생한 방 안에는 피의자 일당이 급히 사건 현장을 빠져나간 흔적이 역력했다. 당시 영하 15도에 육박하는 추운 날씨에도 외투를 그대로 벗어둔 채 민소매 차림으로 도망가는 일당의 모습이 인근 CCTV(폐쇄회로TV)에 잡혔다.

이미 도주해 사라진 터라 용의자 특정에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서울 강동경찰서 천호지구대의 서종선 대장(경감)은 문득 전날 같은 모텔에서 발생한 폭행 사건을 떠올렸다. 이 사건은 싸움을 벌인 양측이 처벌을 원치 않아 단순 폭행 사건으로 마무리됐던 건이다.

서 대장은 "현장에서 직원들을 지휘한 뒤 CCTV 동선을 파악하고 보니 전날 발생한 미성년자 사건이랑 연결이 되더라"며 "모텔 예약 시 입금한 계좌와 사건 기록에 남은 인적 사항을 확인하니 동일 인물이었다. 그렇게 주거지를 특정해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거된 피의자 3명은 조건만남을 가장하기 위해 현장에 있던 여성, 금품을 빼앗으려 다른 방에서 대기하던 남녀 2명 등 모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미성년자였다.


37년 차 베테랑 경찰…1992년 강도 사건 해결 주인공


서종선 대장은 1988년 경찰이 돼 올해로 37년 차를 맞은 베테랑 경찰관이다. 청와대 경비단으로 경찰 생활을 시작해 행정과, 교통과, 정보과 등을 거쳤다. 파출소장, 지구대장 등 관리자로 일한 지는 2년이 좀 넘었다.

서 대장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며 자신이 순경이던 때가 떠올랐다고 한다. 1992년 서울 강동구에서 처음 현장 경찰관으로 일하던 당시 어느 이른 새벽 골목길에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해 핸드백을 들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당시 순경이던 서 대장의 선배 경찰은 파출소에 딱 1대이던 순찰차를 몰고 관내를 넓게 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에 범행 현장 인근에 국한되지 않고 순찰한 끝에 피해자가 진술한 인상착의의 한 남성을 포착했다.

서 대장은 "피해자이던 20대 초반 여성이 인상착의를 자세히 말해줬고 당시 고참이던 선배가 느낌이 왔는지 적절한 지시를 내려준 덕에 범인을 15분 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며 "알고 보니 검거한 장소에서 횡단보도만 건너면 범인의 집이었더라"고 말했다.



하루 신고만 50건…"직원들 안전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서 대장의 하루는 오전 6시30분쯤 시작된다. 간밤 벌어진 사건·사고 현황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다친 직원은 없는지 확인하며 하루를 연다. 천호지구대는 강동구 내에서도 사건·사고가 많은 지역에 해당한다. 천호대교, 광진교 등 한강 다리도 2개 관할해 하루에 50건이 넘는 신고가 들어온다.

서 대장은 "직원 모두 부모님과 배우자, 자녀 등 가족이 있는데 근무하다가 다치고 들어온 모습을 보면 관리자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며 "사건이야 잘 처리돼 관할서로 넘어갔지만 직원들에게 남은 상처와 트라우마는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떨 땐 다친 마음을 빼서 깨끗이 씻어 다시 넣어주고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서 대장은 더욱 안전하게 경찰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 대장은 "순직을 각오하는 마음으로 경찰이 됐다"며 "이런 마음가짐으로 매사 적극적으로 임하다 보니 37년째 무탈하게 경찰 생활을 한 것 같다. 다만 직원들이 다치는 경우가 많아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했다.

서 대장은 "시민들이 경찰관서의 문턱을 높게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경찰관서는 24시간 불이 켜져 있고 경찰은 늘 시민의 편에 있다"며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도울 준비가 됐으니 너무 늦지 않게만 경찰에 신호를 보내달라"고 말했다.
관련 내용